지붕형 태양광사업 잘 되지만 자가발전 비중 낮아
연료전지 에너지수퍼스테이션 일단 출항, 손실 ‘감내’
효율 개선된 열병합발전소, 열수요·선로 부족에 ‘울상’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이 국회 산자위 법안소위를 통과했다. 법제사법위원회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야 하지만, 지난했던 입법과정과 비교할 때 분명 진일보다.
산업부도 분산에너지 활성화 추진전략을 2021년 6월 제시하며 정책을 챙기고 있다. 분산에너지 사업을 진행하는 기업의 경우 투자 수준에 머무르고 있고, 진정한 의미의 분산에너지 사업이 펼쳐지기엔 시간이 더 필요하다.
그런 와중에도 물밑에선 분산에너지 산업 활성화를 위한 정책적, 제도적 모양새는 갖춰지고 있다.
산업부는 2021년 6월 분산에너지 활성화 추진전략을 내놓으며 ▲전력계통 관리 수용 능력 강화 ▲에너지 생산·소비 분산화 ▲분산에너지 친화적 시장제도 이행방안을 마련했다고 자평했다. 근거로 6개소 970MW에 달하는 계통안정화 에너지저장장치(ESS) 구축, 재생에너지 입찰제도와 통합발전소 근거 마련을 들었다.
산업부의 활동은 한국의 분산에너지 산업이 초입 단계임을 시사한다. 특히 기존 중앙집중식 발전과 장거리 계통을 이용한 전력공급이 주력이며 전력품질마저 좋아 국민에게 분산에너지로의 전환을 설득하는 것이 쉽지 않다.
한전에 따르면 2020년 호당 정전시간은 8.9분에 불과하다. 송배전 손실률은 한전이 3.54%로 영국 8%, 프랑스 7.6%, 미국 5.2%, 일본 4.7%보다 앞선다.
이 사실만 놓고보면 기존 전력공급방식을 탈피할 필요가 없어보인다. 그러나 한전 적자가 심화되는 상황에서도 전력설비의 신설, 증설, 보강에 대한 투자가 꾸준히 진행돼야하기 때문에 분산에너지 보급이 불가피하다.
한전이 지난 20일 발간한 2022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총 투자액이 750억원 이상인 전력설비에 대해 신증설 보강 명목으로 이미 투자한 금액은 2015년 이후 1조617억원이다. 또 2027년까지 5조6566억원을 추가로 투자해야 한다.
한전의 2022년(62기) 영업손실은 32조6552억원이다. 그런데 향후 전력설비에 5조6500억원 넘게 투자해야 한다는 점에서 한전의 부담을 줄여주고 세금을 낮출 수 있는 분산에너지 시대로의 진입이 필요한 이유다. 가령 민간이 적극적으로 분산에너지 확산에 나선다면 국민세금을 절약할 수 있다.
분산에너지가 시대적으로 요청받고 있지만 한국 분산에너지 시장은 맹아단계이다. 여전히 정부에 의존하는 비중이 크고 에너지원별로 각각 사정이 다르다.
현재 분산에너지 가운데 가장 활성화된 에너지는 지붕형 태양광이다.
2019년부터 태양광발전소를 인천항 부지에 설치한 인천항만공사는 노지에 설비용량 2.4MW 태양광발전소, 인천항 내 창고 지붕에 1.4MW(주차장 태양광 0.08MW포함)의 지붕형 태양광을 설치했다. 이 가운데 0.4MW를 내부에서 사용하고 나머지는 한전에 판매하고 있다. 내부에서 사용하는 태양광전기는 창고 등 시설과 입항하는 선박에 공급한다.
인천항 배후부지에 위치한 민간시설물에도 지붕형 태양광발전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민간 시행사들이 배후부지에 설치된 민간소유 창고 지붕에 태양광을 설치하고 있는데, 태양광 시설을 튼튼하게 설치하기 위해 창고지붕도 같이 보완하고 있어 창고 소유주 입장에선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연료전지의 경우 갈길이 멀다. 연료전지를 활용한 분산에너지 발전소의 대표는 SK에너지수퍼스테이션이다. SK에너지는 작년 2월 서울 금천구에 위치한 박미주유소에 연료전지를 설치해 에너지수퍼스테이션 1호를 만들었다. 기본적인 개념은 분산전원으로 생산한 전력을 전기차에 충전한다는 내용이다.
SK에너지는 일단 서울 소재 주유소 10곳을 선정해 에너지수퍼스테이션으로 전환을 추진 중이다. 현재 2호 양천구 개나리주유소를 운영하고 있고, 3호가 될 영등포구 신길동주유소의 경우 인허가를 준비하고 있다. 아울러 한국철도공단, 서울에너지, 남부발전과 협력을 통해 유휴부지 활용 분산에너지 사업을 추진 중이다.
사업 관계자에 따르면 연료전지 에너지수퍼스테이션의 경우 ▲최근 천연가스 가격의 고공행진 ▲아직 높은 기자재 값 ▲SMP상한제 시행으로 인한 수입 제한 등으로 아직까지는 경제성이 부족한 형국이다.
또 입지마다 조건이 달라 우선 설비부터 설치하고 제도개선 추이를 지켜보면서 전기·열의 자가소비율을 높인 분산에너지로 갈지, 아니면 수소발전입찰시장에 참여해 생산된 전력을 한전에 판매할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주차장에서 온수세차가 일반화되고 있고 전기차가 늘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경제성을 어느정도 보완해주면 진정한 분산에너지 사이트 구현에 다가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집단에너지로도 불리는 열병합발전소의 경우 발전기의 발전효율 향상이 확산의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이다. 전기사업법이 500MW 이하의 집단에너지와 구역전기를 분산에너지로 정의하고 있어, 일정규모 이하의 집단에너지는 엄연한 분산에너지에 속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발전과정에서 부산물로 생산되는 열을 활용하는 열병합발전기의 경우 발전효율이 개선됨에 따라 목표한 양의 열을 얻기 위해 발전기 설비용량이 늘어나야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열병합발전소 사업자가 전력수급계획의 발전량 목표를 의식해야하는 상황에 놓이는데, 실제로 열수요와 함께 전력선로가 부족해 사업실현에 어려움을 겪는 사업자가 생기고 있는 형편이다. 에너지효율개선이 역설적으로 에너지효율기기의 보급에 장벽이 되는 셈이다.
분산에너지는 분명 가야할 길이지만 제도적 미비와 더딘 기술개발 때문에 한국에선 아직 갈길이 멀다. 가야할 길을 다져야하고 방향도 함께 고민해야하는 한국의 분산에너지 정책이 한국 전력산업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